양적완화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까?양적완화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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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까?
  •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애널리스트 린 알덴의 리포트 번역 및 해설
  • 2008년, 2020년 두 시대 모두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양적완화 진행
  • 2008년 유동성 공급에 불과한 양적완화와 달리, 2020년은 정부의 재정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시행

2008년에도, 2020년에도 미국 연준은 막대한 양의 돈을 찍어냈습니다. 그런데 돈을 찍어낸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돈을 찍어내는 행위일까요? 그렇다면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애널리스트 린 알덴(Lyn Alden)의 리포트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양적완화, 본원 통화 (MB), 통화량 (M2) 등의 단어들이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맨 밑의 부연 설명부터 보셔도 좋습니다.

디플레이션의 시대

그림 1: 미국의 GDP 대비 총부채율과 정책금리


린은 먼저 우리가 디플레이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세계 경제가 장기 부채 사이클의 끝에 와 있다는 것을 그 이유 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림 1). 1940년대와 마찬가지로 각국의 금리는 0에 수렴하고 있고, 미국의 부채율은 GDP의 400%까지 근접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높은 부채율은 소비를 그만큼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물가 하락에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현시대가 디플레이션의 압력을 받는 데는 여러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는데요.

1. 인구감소와 고령화
2. 기술의 발전
3. 불평등 – 돈이 고여있다
4. 과잉 공급에 시달리는 원자재
5. 세계화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경제 전반적으로 수요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물가 하락에 압력을 가합니다. 마찬가지로 불평등의 문제도 일반 시민들에게 돈이 가지 않아 수요가 떨어지는 수요 측의 문제죠. 반면에 기술의 발전은 기술이 매우 좋아져서 같은 물건을 생산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떨어지는 공급발 디플레이션입니다. 세계화도 값싼 노동을 필두로 생산 비용을 줄이는 공급발 디플레이션이죠. 원자재 또한 과잉 공급에 시달리며 낮은 물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논하는 데에는 이렇게 디플레이션에 압력을 가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은 좋은 것일까요, 안 좋은 것일까요? 린은 장기부채 사이클의 초입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부채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는 돈의 구매력이 세지는 게 좋기 때문이죠. 우리가 매달 받는 월급의 힘이 세진다고 보셔도 됩니다. 이게 더욱 큰 소비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호황의 길을 걷습니다. 1870년대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부채가 많이 쌓여있으면 디플레이션이 오는 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이때 돈의 값이 상승한다는 것은 우리의 월급만큼 부채의 값이 상승한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는 소비가 하락하고 개인들의 부채상환능력도 떨어져 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따라서 보통은 장기부채 사이클의 끝에 오면 정책입안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저절로 디레버리징이 되기 때문이죠. 인플레이션이라는 건 돈의 값이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채의 값도 낮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컨대 1940년대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림 2: GDP 대비 민간 부문 부채율 / 공공 부문 부채율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총 부채율을 민간 부문 부채와 공공 부문 부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림 2). 보통 장기부채 사이클의 끝에서는 금융위기가 오게 돼 있고 민간 부문의 부채율이 줄어드는 대신 정부가 그 빚을 떠안습니다. 그림 2를 보시면 1930년대에도, 최근 2008년부터의 흐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 후 정부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켜서 부채율을 줄이죠. 이렇게 정부가 부채를 먼저 떠안는 방식으로 부채율을 줄이는 이유는 정부의 부채를 줄이는 것이 민간 부문 부채를 줄이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더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도의 양적완화


린은 2020년 현재 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은 크게 보지만, 2008년도의 양적완화로 인해서 인플레이션이 올 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고 말합니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적완화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통화량(M2)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먼저 2008년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008년 위기는 금융 위기였고 금융 위기는 그 특성상 보통 유동성 위기라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2008년에 은행들은 비교적 안전자산이라고 일컬어지는 현금을 총자산의 3%, 국채를 총자산의 10%가량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였고, 충격에 취약한 상태였죠.

또한, 2008년이 민간 부문 부채율이 최고점을 찍은 시기인 걸 고려했을 때 (그림 2) 은행들의 레버리지가 꽤 높았던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레버리지가 높은 상태에서 부동산 쪽에서 파산이 시작됐고 유동성 위기가 온 것입니다.

그림 3: 은행의 현금 자산 (파란색 선) 과 국채 보유량 (빨간색 선)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면서 대응합니다. 하지만 금리가 벌써 0까지 내려온 상태였기 때문에 미 연준은 양적완화라는 것을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나서서 장기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입해 장기 금리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린은 결국 양적완화란 은행들에 유동성을 주입해주는 것밖에 안된다고 주장하는데요. 은행들이 현금이 부족한 시기였기 때문에 자산들을 매입해 현금을 쥐여준 것이죠. 따라서 총자산 대비 안전자산 비율은 양적완화 시작 이후로 계속 높아져 갑니다 (그림 3).

유동성 공급을 위해 양적완화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거시적 시점에서 봐야 이해가 가능합니다. 은행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보유 자산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경제 전반적으로 보면 결국 다른 은행에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또 다른 주체가 필요합니다. 중앙은행이 정확히 그 역할을 한 것이고요.

그림 4: 은행들의 대출 의향을 보여주는 통화승수는 2008년 이후로 폭락했다


린이 양적완화를 유동성 주입으로밖에 안 보는 이유는 양적완화가 통화량 (M2)의 상승에 이바지하는 부분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양적완화는 본원 통화 (MB)를 늘리는 행위이지 절대 통화량 (M2)를 늘리는 행위가 아닙니다. 물론 본원 통화 (MB)를 늘리게 되면 은행들이 여유가 생기므로 더 대출을 해줘서 통화량 (M2)도 늘릴 수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이 이를 바쳐주지 않는다면 은행들이 대출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2008년 위기 이후 은행들은 대출을 꺼려온 게 사실이고요 (그림 4).

그러므로 2008년부터 진행된 양적완화는 디플레이션을 막는 데에는 일조했지만, 직접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나의 예로 린은 금융 위기 때 줄어든 가계의 순 자산이 약 10조 달러 정도 됐지만, 연준이 본원 통화로 푼 돈은 약 3.5조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양적완화와 재정정책이 만난다면?


그렇다면 지금의 양적완화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이 질문의 답은 정부의 재정정책에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맞서 각국의 정부는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죠. 그렇다고 세금을 걷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 돈은 다름 아닌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리고 있는 것입니다.

유동성 공급에 불과했던 전의 양적완화와는 달리 2020년 현재에는 양적완화가 정부의 재정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레이달리오가 말하는 제 3의 통화정책 (MP3)이자 돈을 하늘에서 뿌린다는 의미의 ‘헬리콥터 머니’ 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돈이 은행들의 레버리지를 줄이는 데에 쓰이는 것과 달리 경제 전반적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림 5: 2020년도에 급격히 상승한 통화량 (M2)


이렇게 정부가 돈을 써주기 시작하면 통화량 (M2)이 늘어납니다 (그림 5). 앞서 통화량 (M2)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은행이 대출을 늘리는 것이 있다고 했는데,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직접 돈을 뿌리는 것이 있지요. 코로나 사태를 만나서 이 트렌드가 가속화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림 6: 정부 지출이 있어야만 상승하는 통화량


정부가 돈을 쓰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림 6에서도 엿 볼 수 있습니다. 파란색 선은 은행에 예금돼 있는 돈 (실질적으로 통화량을 나타냅니다), 빨간색 선은 연준의 총자산 그리고 초록색 선은 정부 지출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2008년도와 2013년도의 양적완화는 파란색 선 즉 통화량을 끌어 올리는 효과는 내지 못합니다. 반면에 2020년도의 양적완화는 초록색 선인 정부 지출도 같이 올라가면서 통화량을 크게 상승시킵니다.

그림 7: 통화량 (M2)의 증가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그러므로 2008년 위기에 비해서 현재 정부의 대응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물론 앞에 말했던 디플레이션 압력을 넣고 있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존재 하기는 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 몇개월 안에 3조 달러 이상의 돈이 실물 경제로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안 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꾸준한 통화량의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통화량과 물가의 최근 5년 누적 증가율을 보여주는 밑의 그림이 그 증거이죠 (그림 7). 최근의 트렌드를 보시면 통화량의 누적 증가율은 벌써 1970년 수준에 왔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린은 앞으로 연 10-12% 수준에서 꾸준히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요.


정리해보자면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통화량(M2) 증가를 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은행이 대출을 더 많이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부가 재정 적자를 일으켜 돈을 실물 경제에 마구 뿌리는 것이죠. 2020년 현재 우리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고요.

따라서 이 에세이의 본 질문에 답해보자면 양적완화는 무조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같은 경우는 은행들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데에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양적완화와 재정 정책이 같이 실행될 때는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린의 분석이 얼마나 맞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부연 설명

[본원 통화 (MB)와 통화량 (M2) 의 관계에 대해서]


본원 통화 (MB)란 중앙은행에서 풀 권리를 가지고 있는 일차적인 화폐 공급을 뜻합니다. 밑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A)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금 B) 유통 통화 C) 재무부가 들고 있는 현금으로 나누어서 볼 수 있습니다.

본원 통화 (MB)는 시중에 풀려있는 통화량 (M2)과 같지 않습니다. 중앙은행이 푼 본원 통화 (MB)는 보통은 시중 은행들에 의해서 하지만 예외적으로는 재무부에 의해서 통화량 (M2)으로 불어납니다. 하지만 본원 통화 (MB)를 늘린다고 해서 통화량 (M2)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통해서 이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첫번째는 양적완화와 재정 적자 없이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시중 은행들이 국채를 사들이기 때문에 돈이 A에서 C로 옮겨갑니다. 통화량 (M2)은 물론 본원 통화 (MB)의 총량도 변하지 않습니다.

두번째는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해서 시중 은행의 국채를 사들이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중앙은행이 새로 찍어낸 돈이 A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A에 더 많은 돈이 쌓이게 됩니다. 본원 통화(MB)의 총량이 커지는 것이죠. 이 때 통화량 (M2) 같은 경우는 시중 은행들이 새로운 대출을 얼마큼 해주냐에 따라 그 총량이 결정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처럼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하는 시기라면 본원 통화(MB)는 커지는데 통화량 (M2)이 늘지는 않아 통화승수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하면서 재무부의 재정 적자를 메꾸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양적완화로 인해 돈이 A로 계속 들어갈 것이고,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하면 시중 은행들은 늘어난 현금으로 국채들을 사들일 것입니다. 또한 재무부는 돈을 계속 시중 경제에 투입할 것으므로 돈이 C에서 꾸준히 나가는 상황이 만들어지겠죠. 쉽게 말해 A로 돈이 들어가고 C에서 돈이 빠져나오는 상황입니다. 이 때 통화량 (M2)은 정부가 돈을 쓰는 만큼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본원 통화(MB)도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계속 해준다면 늘어나겠죠. 이는 거의 유일하게 본원 통화 (MB)와 통화량 (M2)이 꾸준히 같이 늘어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외에도 중앙은행이 양적긴축을 하는 경우, 재무부가 재정 흑자를 내는 경우, 지급준비율이 바뀌는 경우 등 더 많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지만 앞선 세 가지의 시나리오가 현시대의 경제 체제에서는 가장 유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리서치 · 글 / Roger Kim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인용 자료
Lyn Alden (2020, November 8), Banks, QE, and Money-Printing, https://www.lynalden.com/money-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