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의 시대는 끝난걸까? 제로금리 대처법채권의 시대는 끝난걸까? 제로금리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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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의 시대는 끝난걸까? 제로금리 대처법
  • 현재 채권이 갖고 있는 문제점
  • 제로금리 시대, 채권 투자 대처법

자산배분 투자자들은 채권이 다각화의 기능을 상실했는지를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기축 통화를 보유한 주요 선진국들의 국채 금리가 역대 최저인 상황이고,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지속해서 반대를 유지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그 외에도 제로금리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죠.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브리지워터의 논문을 위주로 알아보겠습니다.

정확히 채권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

① 역대 최저 수준의 채권 금리

먼저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지금은 채권의 금리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낮은 상태입니다. 그 예로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역대 최저입니다. 이는 장기적인 고정 수익률이 낮을뿐더러 채권의 가격상승에서 오는 수익이 적을 거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죠. 미국뿐만이 아니라 주요 선진국(유럽, 일본)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입니다. (그림 2) 만기가 더 긴 채권들 역시 같은 상황에 놓여 있고,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1% 미만인 국채는 약 80%에 육박합니다. (그림 3)

그림 1: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역대 최저이다
그림 2: 독일과 일본의 채권 금리 역시 굉장히 낮다 (출처: Bloomberg)
그림 3: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1% 미만인 국채는 80% 가까이 된다

② 채권에 대한 낮은 기대 수익률

그뿐만이 아니라 수익률 곡선의 각도가 평평한 상태이므로 원하는 수익률을 얻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그림4) 보통은 장기 국채가 단기 국채보다 금리가 높으므로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은 것과는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08년 때의 10년물 금리는 3%였고, 대공황 때도 3.5%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0.5%에서 0.7% 부근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기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이는 장기부채 사이클의 끝에 왔다는 걸 뜻하고, 더는 채권으로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림 4: 단기 국채와 장기 국채의 금리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수익을 더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밑의 그림 5를 보시면 10년물이 -1%까지 갔을 경우 17% 정도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습니다. 0%까지만 가도 7%의 추가 수익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 금리가 장기적 평균 수준으로 다시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19% 손해가 납니다. 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에서 2.5% 정도 더 올랐을 경우 31%의 손실이 나고요. 이는 위험 대비 수익 관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게 브리지워터의 의견이고,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물론 지금은 실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춘 상태이고, 언젠가는 평균 회귀를 할 거라고 가정했을 때의 일입니다.

그림 5: 앞으로 3년 간의 금리 시나리오에 따른 채권 수익률

금리가 마이너스로 가더라도 채권에서 더 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는 올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때 금리가 이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일본과 유럽은 (금리 인하의 여력이 있던 미국과 다르게) 인상적인 수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림 6) 미국의 채권은 6개월 사이 9%의 수익률은 보여주었지만 유럽은 2%, 일본의 거의 0%의 수익률을 보여줬습니다. 디플레이션 위기의 상황에서도 자금이 채권으로 몰리지 않는다면 채권의 상방은 상당 부분 닫혀 있다고 봐도 되죠.

그림 6: 이번 코로나 위기 때 유럽과 일본의 채권은 제 역할을 해주지 못 했다

③ 채권이 갖고 있던 주식 변동성 중화 기능 저하

지금까지는 채권 단독으로 생각했지만, 포트폴리오 전체를 생각하면 더욱더 상황이 안 좋습니다. 그림 6과 같이 주식이 떨어질 때 채권이 이익을 거두지 못한다면 채권은 주식의 변동성을 중화해주는 역할을 포트폴리오에서 못 하게 됩니다. 그림 7에서 볼 수 있듯, 주식이 폭락할 때 항상 큰 금리 인하가 있었고 이는 저절로 채권 가격의 큰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금리 인하가 주식 폭락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첫째로 대출이 쉬워져 경기를 부양할 수 있고, 둘째로 기업들이 미래에 벌 돈의 현재가치(할인율)가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어적 금리 인하와 채권의 가격 상승이 불가능하다면 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더욱 사라집니다.

그림 7: 주식이 많이 떨어질 때면 항상 방어적 금리 인하가 있어왔다

제로 금리 대처법

채권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요? 제로금리에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까요? 적어도 브리지워터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균형 잡힌 자산 배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원칙이 필요합니다:

1/ 현금보다 우상향하는 자산군들을 찾아야 한다

2/ 이 자산군들이 미래의 경제 시나리오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

브리지워터에 의하면 채권은 두 가지의 기능을 모두 상실했다고 합니다. 채권 투자가 이 원칙들을 지킬 수 없다면 다른 자산군들을 찾는 게 맞을 수도 있죠. 그 전에 먼저 패러다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채권 투자 양상

이 패러다임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채권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MP1과 MP2 정책을 사용하던 당시는 상대적으로 채권 투자를 하기 좋은 시기였습니다. 경기 불황이 오거나 주식시장이 미끄러지면 중앙은행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금리를 인하하거나 국채를 사들였으므로 채권에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전에 블로그 다른 글들에서도 언급했듯 우리는 통화정책 제3단계 (MP3)에 와 있습니다. 금리를 조절하는 MP1, 양적 완화로 불리는 MP2와는 달리 MP3의 시대에는 중앙은행이 정부의 부채를 매입해서 재정정책을 노골적으로 도와줍니다.

중앙은행이 더는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정부에게 재정정책을 더 활용하라고 재촉합니다. 여기서 정부지출이 나오게 되면 직접적인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고, 이는 물가 상승에 압박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금리는 여전히 낮게 맞추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러면 실질 금리는 끝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그림 8: 우리는 MP3 세상에 살고 있다

MP3가 가장 많이 활용됐던 시기는 1940년대입니다. 지난 글(1940년대 글 링크)에서 언급했듯 대공황의 여파로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던 미국은 전쟁을 맞이하면서 돈을 찍어 재정을 조달하였습니다. (그림9) 이는 결국 47년에 큰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지만 장기 금리는 51년도까지도 낮게 유지됐습니다. (그림10)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관계없이 금리가 낮게 유지 되는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실질 금리는 계속 떨어졌을 것입니다.

그림9: 40년대에 미국 정부는 돈을 찍어서 정부 지출 자금을 조달했다
그림 10: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관계 없이 장기 금리는 낮게 유지 되었다

1940년 대와 같은 상황에서의 포트폴리오 구성

이런 시기가 온다면 좋은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어떻게 될까요? 브리지워터는 명목 채권은 일단 제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고, 실질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 명목 채권을 들고 있는 것은 손실 확정에 가깝습니다.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는 CARES 2 법안이 통과되면 40년대 수준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림11) 이뿐만 아니라 부의 불평등이나 세계 경제 패권 다툼 관점에서도 40년대와 비슷한 점이 많죠. 지금 시대에 좋은 자산군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림 11: CARES 2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재정 적자는 40년대 수준을 초월할 수도 있다 (출처: @soberlook)

브리지워터는 금과 물가연동채를 추천합니다. 물가연동채는 리플레이션 시기에 상당한 수익률을 보여줍니다.(그림 12) 2010년 이후로 유럽은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돈을 찍어내고 있고, 그 결과 실질 금리가 상당 수준 떨어졌습니다. 명목 금리와는 다르게 저점이 없다는 점에서 실질 금리의 유리함이 드러납니다.

금 또한 모든 리플레이션 시기에 굉장히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그림13) 어떤 화폐랑 비교해봐도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지요. 이는 금이 어떤 시기에든 궁극적인 화폐가 될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이렇게 각 자산군의 수익률도 좋지만, 주식은 원리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므로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금과 물가연동채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효과도 나타납니다. 즉 명목 채권이 하던 변동성 중화 역할을 금과 물가연동채가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림12: 리플레이션 시기에 강한 물가연동채
그림13: 마찬가지로 리플레이션 시기에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준 금

3가지 경제 시나리오 별 추천 자산

하지만 꼭 인플레이션이 오는 건 아니고, 다른 가능성도 열어놔야 합니다. 이에 따라 브리지워터는 여러 경제 시나리오를 가정해 놓고 백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림 14) 제일 위에 있는 시나리오는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1970년대의 이야기죠. 주식, 명목 채권의 수익률은 굉장히 안 좋고 물가연동채와 금의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브리지워터는 이 시나리오가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그다음은 성공적인 리플레이션입니다. 이 경우 성장이 나오기 때문에 주식은 당연히 좋겠죠. 하지만 인플레이션도 강하게 나올 것이기 때문에 물가연동채도 좋을 것입니다. 명목 채권과 금 같은 경우는 40년대와 2008년 이후 시기의 수익률이 조금 다르게 나오는데, 40년대가 더 현실적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두 자산군 다 수익률이 높지도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시기임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높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MP3를 비롯한 경기 부양이 제대로 되지 못해 디플레이션으로 빠지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이 같은 경우는 명목 채권의 수익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브리지워터 같은 경우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합니다. 1800년부터 39개국 127개의 리플레이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런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시나리오에서 제외하는 것을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림14: 여러 경제 시나리오 백테스트

실로 놀라운 건 장기시계열로 봤을 때 전통적인 자산 배분인 주식60/채권40, 혹은 균형 잡힌 주식/채권 포트폴리오보다도 균형 잡힌 주식/물가연동채/금 포트폴리오가 수익률이 더 높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물론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세계전쟁 시기나 70년대를 포함해서 그렇고, 어떤 시기를 보느냐에 따라서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시기를 거친 100년 이상의 백테스트는 자산배분 투자자 관점에서 꽤 유의미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15: 주식/물가연동채/금 100년 이상 백테스트

결론

앞서 보셨듯이 브리지워터의 논문만 봤을 때는 명목 채권의 시대는 끝난 것만 같습니다. 브리지워터는 금과 물가연동채를 반복해서 예찬하고 있죠. 이 논문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브리지워터가 틀릴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논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1/ 아직도 마이너스 금리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경제와 투자에서 ‘절대’라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위험 대비 수익 관점에서 좋지 않은 선택일 수는 있으나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채권의 가격은 상승할 것입니다.

2/ 디플레이션 시나리오가 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929년에는 대공황이 왔었고요. 디플레이션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자산군의 수익률이 처참할 것입니다. 그나마 명목 채권이 버틸 것이고요.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3/ 전에 글을 쓴 적도 있지만, 일본의 사례(관련 글 링크)만 보더라도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의 일본은 금리가 낮았는데도 불구하고 명목 채권의 수익률이 낮지 않았고 주식과의 상관관계도 음수를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4/ 전 세계의 모든 명목 채권이 그렇다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 같은 경우 10년물 수익률이 3%대를 유지하고 있고, 브리지워터도 중국의 명목 채권은 아예 성격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채권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로금리 시대에 대한 재밌는 내용 더 자세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서치 · 글 / Rog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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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자료

https://www.bridgewater.com/grappling-with-the-new-reality-of-zero-bond-yields-virtually-everywhere